역학과 신점을 아우른 수행자, 산신도사 송하림의 길
역학과 신점을 아우른 수행자, 산신도사 송하림의 길
한국에서 백과사전보다 '브리태니커'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세일즈의 신화다. 그리고 그 전설 속에 있었던 인물, 바로 송하림도사. 영업왕, 기자, 대리점 사장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닌 그가 어느 날 무속의 길을 걷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무속의 길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역시 결국 제자의 길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어쩔 수 없는 부름
송하림도사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브리태니커 세일즈맨, 건설협회 기자, LG 대리점 최연소 사장까지. 하지만 1992년, 그는 큰 부도를 맞았다. 이후 삶은 완전히 무너졌고,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끊이질 않았다. 무당집을 찾으면 “당신도 우리 같은 팔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매번 거부했다. 그러다 결국 그는 산으로 들어갔다.
신과의 첫 만남
그에게 누가 신의 세계로 인도했는지 묻자, 그는 단호히 말한다. “아무도 없다. 오직 기도였다.”
계룡산 장군봉과 임금봉에서 매일같이 기도를 올렸다. 어느 날, 비 오는 해질녘. 임금봉에서 기도를 드리던 중 음성이 들렸다.
“바위에 부딪쳐라.”
말을 따랐다. 어깨를 바위에 부딪쳤고, 그 순간 마비되었던 어깨의 통증이 사라졌다. 그 후 몇 달 지나자,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모시는 신령
그는 다른 무속인들과 마찬가지로 열두 대신님을 모신다. 산신 할아버지, 대신 할머니, 신장님, 장군님, 선녀동자 등도 함께 모시고 있다. 그중에서도 점사를 보는 역할은 산신님, 대신님, 선녀동자라고 말한다.
신점과 역학, 그리고 예언
그는 무려 10년 이상 역학을 공부했지만, 신점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학과 신점을 함께 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한다.
“손님이 법당에 들어오면, 어떤 일로 왔는지, 직업, 자식 수… 다 보입니다.” 예언은 기본이라며, 그는 ‘보이는 것’을 정확히 짚어낸다.
송하림도사의 좌우명
그에게 삶의 신념을 묻자,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죽어도 신령, 살아도 신령이다.”
신의 제자로 살아가는 그에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신령님보다 우선일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계룡산 자락에서 조용히, 그러나 굳건하게 신과 사람 사이를 잇고 있다.